日제국 전투기 '제로센' 美化에 네티즌 '부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72)의 신작 ‘바람 불다’(가제·사진)가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개발자를 소재로 해서다.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아베 신조 총리를 비판해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차 세계대전 때 ‘제로센(零戰)’이라는 해군 함상전투기를 개발한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전쟁에 휘말린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왜 하필 주인공이 전투기 개발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로센은 미국 하와이 공습과 가미카제 자살 공격에 쓰인 전투기다. 최근 한글 자막이 달린 예고편이 유튜브에서 공개되자 한국 네티즌은 “살상용 전쟁 무기를 만든 사람을 그리다니 미야자키 감독에게 실망했다” “위안부 문제 비판은 영화의 한국 상영을 노린 입발림이었나” “제로센 같은 무기를 만든 이들은 조선인 중국인 징용자였다”는 비난글을 쏟아냈다. 예고편에는 ‘과거 일본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훗날 신화가 된 제로센의 탄생’ 등 전쟁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투기를 찬양하는 듯한 문구가 쓰여 네티즌을 자극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야자키 감독은 전쟁과 군국주의를 비판해온 인물”이라며 “전투기를 소재로 했다고 우익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작품 전체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